아동학대의 민낯이 드러나는 책.
'아동 냉동실 살해 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부모로 보이는 성인 남녀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 옆에 보이는 냉장고 속 여러개의 비닐봉지. 그 속에서 아이의 머리가 보인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처음엔 각각 다른 폭력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모두 긴밀히 엮여 있는 이야기였다.
소녀, 아이, 유나, 301호 김모씨, 어린이집 정 선생,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유팀장, 유튜버K, 목격자 최 모씨, 미혼모 강모씨,신수연, 오영준까지 각각의 사연들이 하나씩 풀어져 나온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파트는 읽는 도중 더이상 읽을 수 없어 책을 덮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아이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눈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일들이 너무 담담하게 펼쳐져서 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고 실제로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제발 이 일들이 모두 허구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돈을 사용하고 먹을것들을 얻고 기본적인 예절, 관계를 배울 기회조차 박탈 당하며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조차 느끼지못하고 세상을 허무하게 떠나야 했다.
본인들도 어렸을때 배웠기에 살아갈 수 있는건데 아이들은 당연히 할 줄 알았던걸까?
알아서 돈벌고 먹고 걷고 자고 살아낸거라고 생각한걸까?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듯 분노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분노하는 나를 보며 '나는 최모씨, 301호 김모씨 였을까 신수연, 오영준이었을까' 돌아봤다.
그런데 솔직하게 단번에 신수연,오영준이라 말할 수 없었다.
나도 그저 가정안에 있는 교육이라 치부하지 않았을까.
'괜히 남의 가정일에 끼어들지 말자' 하며 지나친적은 없었는지.
내 삶이 바쁘고 고통스럽다고 알고있으면서도 모른척한적은 없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혼자있음에도 너무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동안의 무관심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데 분노했던 내 모습이 창피했다.
나조차도 '괜찮겠지' 하고 지난간 일들이 너무 많았다.
선배와의 대화중 나왔던 말이었는데 읽은 후 꽤 오랫동안 먹먹했던 내용이었다.
지금 세상이 좋아졌다는건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조금씩 변해간다는 말이 맞는것 같아서.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면 자주 보이는 문구. '어른들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분명 전에도 그것보다 더 오래전에도 봤던 문구였지만 우린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안하는것보단 낫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건들이 반복되니 아쉬움이 남게 된다.
결국 아이가 죽어야 하나가 바뀐게 맞는 것이었다.
사는게 바빠서. 나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래도 내 아이가 더 중요하니까.
여러가지 이유들로 많은 아이들이 잊혀져갔고 죽어갔다.
나도 그런 어른이라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는 왜 신수연, 오영준이 될 수 없었을까.
조금만 둘러보면 한번만 더 관심을 두면 되는걸텐데.
나도 이런 관심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당했고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 숨죽여 있던 나날들이 셀수없었다.
'지하실의 개들'이었다.
내가 너무 잘숨겨서 완벽하게 감춰서 사람들이 모르는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몰랐을까 싶다.
표정에 드러나는 어두움 , 거친 단어선택 , 서투른 인간관계, 애정결핍 등 수많은 힌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숨긴다 해도 가끔씩 터지는 비명소리는 무엇보다 확실한 신호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신수연과 오영준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읽는 도중 책을 덮고 마음을 다잡은 뒤 봐야 했다.
피하고싶은 내 기억도 만나야 하니까.
하지만 이제 더이상 피하지말자 다짐했다.
난 그때의 아이가 아니니까. 지킬힘이 있으니까.
나와 같은 아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지켜보고 지켜줘야겠다 그런 사람이 되자 굳게 마음을 먹었다.
'김 모 씨'나 '최 모 씨'가 아닌 '신수연'과 '오영진'이기를.
이날의 다짐을 잊지 않기를.
더이상 핑계대며 미루지 않기를.
내가 당연하다 느끼며 누리고있는 모든것들을 당연히 느끼는 '아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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